하우스 오브 카드로 분석한 2025년 한국 대선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그런데도 이 시기만 되면
뉴스를 끄기보다 더 보고 싶어지고,
사람들의 말 한 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며,
정치라는 말에 더 많은 감정이 실립니다.

이런 복잡한 감정과 피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정치극이 아닙니다.
권력이란 무엇인지, 정치는 왜 타협이 아닌 폭력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치가 아닌 정치인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떻게 조작되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차갑게 보여줍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하우스 오브 카드>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
함께 짚어봅니다.

1. 정치란 무엇인가? – 프랭크 언더우드의 첫걸음

드라마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는
민주당 원내총무에서 시작해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까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씁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날 좋아하기를 바란다’는 말보다
‘사람들이 날 두려워하길 바란다’는 말이 더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정치는 신념의 영역이 아니라
관계, 이해, 위협, 조작, 이미지의 연속임을 그는 냉정하게 증명합니다.

시즌 초반,
그는 대통령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자
복수심을 품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복수는 명분일 뿐이고,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권력 그 자체입니다.

이 장면들이 특히 지금 한국 정치와 겹쳐 보입니다.
후보가 누구든, 정책이 무엇이든
‘그가 이기면 우리는 진다’는 감정의 선거판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 감정을 조작하는 법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프랭크는 정치적 언변보다
침묵과 타이밍으로 상대를 무너뜨립니다.

그는 정보로 사람을 쥐고,
언론과의 유착으로 여론을 설계하며,
심지어는 사망 사고조차 정치적 재료로 사용합니다.

그는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늘 카메라를 뚫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정치는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는 유일한 스포츠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소름 끼치는 이유는
단지 누군가가 나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정치라는 구조 자체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세계에는 선도 악도 없습니다.
이기는 자와 지는 자만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매일 듣는 후보 간의 말,
폭로와 맞불, 여론조사 수치 앞의 표정들을 보면
어쩌면 이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정치란 다르지 않다.”

프랭크 언더우드 못지않게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핵심은 클레어 언더우드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퍼스트레이디가 아닙니다.
정치의 언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감정을 통제하는 법에 능하며,
무너뜨리는 방법보다 지배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녀는 늘 단호하고, 때로는 무표정하며,
그 냉정함 속에서 조용히 힘을 키워나갑니다.

클레어의 정치는 정치인이 아닌 이미지 그 자체가 정치가 된 시대를 보여줍니다.
화려한 의상, 정확한 워딩, 흔들리지 않는 시선…
그 모든 게 감정의 진심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구성된 인상입니다.

지금의 선거판에서도
진심보다는 얼마나 ‘정치적으로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여전히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클레어는 이 시대의 정치인을 상징합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우리가 알고 싶지 않았던 정치의 실체를
냉정하게, 그러나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그 안에는
정당성보다 이미지가,
비전보다 전략이,
진심보다 타이밍이 앞서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이끄는 건 언제나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람들의 욕망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보 간의 충돌, 지지층의 분열, 여론의 파편화 속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말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선택하는 건 사람인가요, 이미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