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vs 작은 아씨들 – 조용한 복수 드라마 추천

 

복수극 하면 떠오르는 건 폭발적인 감정과 피비린내 나는 응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복수는 조용하게, 감정을 감춘 채 서서히 이뤄지는 경우입니다.
<더 글로리>와 <작은 아씨들>은
바로 그런 정서 중심의 복수극,
‘말보다 설계가 앞서는 복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두 드라마 모두
여성 주인공이 주도하며,
공격보다 침묵, 감정보다 계획, 분노보다 단단한 집중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파고듭니다.

1. 더 글로리 – 복수는 자신을 다시 만드는 과정

<더 글로리>는 학폭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가해자들을 무너뜨려 나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문동은(송혜교)은 고등학교 시절 극단적인 학교폭력을 당하고 자퇴한 뒤,
복수를 위한 삶을 선택합니다.
가해자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그들과 연관된 인물들에게 접근하며,
긴 시간 동안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억누른 채 ‘작전’을 세웁니다.

그녀는 교사가 되어 가해자의 딸에게 접근하고,
가해자 무리를 서로 의심하게 만들며 내부 균열을 일으킵니다.
그 과정에서 조력자들과의 관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지만
문동은은 단 한 순간도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더 냉정하게 복수를 완성해갑니다.

<더 글로리>는 말 그대로 복수극의 교과서지만,
그 안의 감정은 단순한 분노나 응징이 아닙니다.
문동은이 진짜 되찾고 싶은 건 존엄성이며,
그녀가 파괴하려는 건 폭력과 방관으로 굳어진 구조 자체입니다.

2. 작은 아씨들 – 조용한 얼굴로 흔드는 권력의 뿌리

<작은 아씨들>은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권력 구조를 정서적 복수극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세 자매 – 첫째 오인주(김고은), 둘째 오인경(남지현), 막내 오인혜(박지후)입니다.
가난하게 자랐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들은
우연히 거대한 비자금 사건에 휘말리며 상류층 권력과 충돌하게 됩니다.

첫째 인주는 친구의 죽음과 함께 남긴 70억 비자금을 숨기며 도망치고,
둘째 인경은 언론인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파헤치며 정면 승부에 나섭니다.
막내 인혜는 친구를 통해 부유한 삶과 또 다른 욕망에 흔들립니다.

이들의 복수는 누군가를 직접 처단하거나 위협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약자’의 위치를 역이용해,
위에서부터 권력 구조를 흔드는 방식으로 복수를 집행합니다.

<작은 아씨들>이 무서운 건
인물들의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이 적기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침묵이 누군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3. 공통점 – 조용한 복수는 감정보다 구조를 무너뜨린다

<더 글로리>와 <작은 아씨들>은
감정의 폭발이 아닌 감정의 절제를 무기로 하는 복수극입니다.

• 문동은은 학폭이라는 개인적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리셋하는 복수를 택했고,
• 오자매는 구조적 불평등과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무너뜨리는 복수를 선택했습니다.

둘 다 누구보다 강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그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구조화하고, 설계하고, 침묵 속에 집행합니다.

그 침묵이
오히려 관객에겐 가장 무서운 복수처럼 느껴집니다.

결론: 가장 잔인한 복수는, 아무 말 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다

복수가 반드시 크고 자극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더 글로리>와 <작은 아씨들>은
분노보다 정적, 감정보다 설계로 이루어진 복수극의 좋은 예입니다.

우리는 이들의 복수를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보다는
서늘함과 묵직한 감정의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순간, 복수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자기 회복의 과정이자,
세상을 향한 가장 조용한 대답이 됩니다.